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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33주간 금요일>   (2011. 11. 18. 금)

                                                                
- (루카 19,45-48)
  
  
<성전, 종교>

 

 

11월 18일의 복음 말씀은 '성전 정화 사건'입니다.

 

복음서를 보면 예수님과 다툰 사람들은 항상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이었고,

예수님도 그들을 주로 비판하셨습니다.

그런데 성전 정화 사건은 사제들을 겨냥한 일이었습니다.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에서 사제와 레위인을 등장시킨 것도

사제들을 겨냥한 비판으로 볼 수 있습니다.)

사제들을 겨냥했다는 것은 곧 유대교라는 종교 자체를 겨냥한 것입니다.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을 비판하신 것은

당시 사람들의 위선적인 신앙생활을 비판하신 것입니다.

이것은 각 개인의 신앙생활 자세에 관한 비판입니다.

그러나 성전 정화 사건은 유대교라는 종교 자체를 직접 비판하신 일입니다.

개인의 신앙생활이 문제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종교 개혁이 필요하다는 비판으로 생각할 수 있는 사건이라는 것입니다.

 

요한복음에 기록되어 있는, '이 성전을 허물어라(요한 2,19).' 라는 말씀은

유대교라는 종교를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뜻일 수도 있고,

이제 새로운 종교가 필요하다는 뜻일 수도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새로운 종교'는 '강도들의 소굴'이 아닌 종교입니다.

'강도들의 소굴'은 사랑과 자비가 없는 종교, 이기심과 사리사욕만 채우는 종교입니다.

그건 사실상 종교라고 할 수도 없으니

그런 종교는 없애버리고 새로운 종교를 만들 수밖에 없습니다.

 

당시의 사제들뿐만 아니라 오늘날의 사제들도

예수님의 비판에서 아무도 자유롭지 못합니다.

지금 잘못하고 있는 일들이 많다면 당연히 비판의 대상이 되는 것이고,

지금 잘하고 있더라도 종교가(또는 교회가)

강도들의 소굴로 전락하는 일이 없도록 계속해서 노력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입니다.

 

성전 정화 사건을 성전이라는 하나의 공간에 대한 가르침으로만 생각하는 것은

너무 단순한 고정관념입니다.

성전을 공동체와 각 개인의 몸으로 확대해서 생각한다고 해도

마찬가지로 단순한 고정관념일 뿐입니다.

예수님의 비판은 종교라는 것에 관한 근본적인 가르침이기 때문입니다.

 

'종교'와 '신앙'은 구별해서 생각해야 합니다.

종교가 없어도 신앙생활은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교회에 속하지 않아도 하느님을 믿고 섬길 수 있습니다.

하느님과 예수님은 믿지만 교회는 필요 없다고 주장하는

무종교주의자들이 실제로 있습니다.

 

이렇게 종교가 없는 신앙은 있을 수 있는데, 신앙이 없는 종교란 있을 수가 없습니다.

다시 말해서 신앙 없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면 그것은 절대로 종교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건 교회가 아니라 그냥 집단입니다.

겉으로 종교 흉내를 낸다면, 우리는 그것을 사이비 종교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말하는 '신앙'이란 올바르게 믿고 섬기는 것을 뜻합니다.

'그리스도교' 라는 이름을 사용하려면

예수님을 그리스도(구세주)로 믿고, 예수님의 가르침대로 살아야 합니다.

예수님의 이름을 간판으로 걸어놓았더라도

예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지 않으면서 자기 개인의 명예와 이익만 추구한다면

그게 바로 사이비이고, 강도들의 소굴입니다.

 

또 한 가지, '성전'이라는 것에 대해서 좀 더 깊이 묵상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요한 묵시록에서 묘사하고 있는 하느님 나라에는 성전이 없습니다.

"나는 그곳에서 성전을 보지 못하였습니다.

전능하신 주 하느님과 어린양이 도성의 성전이시기 때문입니다(묵시 21,22)."

이것은 성전이라는 것은 임시방편이라는 것을 나타냅니다.

 

그러니 '영원히' 서 있을 훌륭한 성전을 건축하겠다는 인간들의 사고방식은

아주 어리석은 일입니다.

종말이 되면 성전이라는 건물은 필요가 없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떻든 예수님께서 사제들과 유대교를 겨냥해서 하신 비판은

나중에 성과를 거두게 됩니다.

예수님 승천과 성령강림 후에 많은 수의 유대교 사제들이 그리스도교로 개종한 것입니다.

"하느님의 말씀은 더욱 자라나, 예루살렘 제자들의 수가 크게 늘어나고

사제들의 큰 무리도 믿음을 받아들였다(사도 6,7)."

 

 
송영진 모세 신부님  
 
 

    가톨릭 사랑방 cafe.daum.net/catholics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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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Rev.S.Moyses